무엇이 극단선택 내몰았나? 한 경마장서 7명 삶 꺾여 …"진상규명을"
무엇이 극단선택 내몰았나? 한 경마장서 7명 삶 꺾여 …"진상규명을"
  • 한국시니어뉴스
  • 승인 2020.01.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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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이준성 기자 = "고통도 없고 편히 숨 쉴 곳에 가기 위해…."(고 이명화)
"부산경마장 기수들이 최고 힘들고 불쌍해. 도대체 부산에서 몇 번의 자살 시도냐."(고 박진희)
"입사 이래 5번의 골절, 한 번의 뇌진탕, 수많은 상처들…이제는 그런 쳇바퀴에서 벗어나려 합니다."(고 박용석)
"X같은 마사회."(고 박경근)
"도저히 앞이 보이질 않는 미래에 답답하고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문중원)

2005년 이명화 기수(26·여·이하 사망당시 나이), 2010년 박진희 기수(28·여), 2011년 박용석 마필관리사(35), 2017년 박경근 마필관리사(38), 2017년 이현준 마필관리사(36), 2019년 조성곤 기수(37), 2019년 문중원 기수(40). 젊은 기수와 마필관리사 7명은 평생직장을 꿈꾸며 들어간 경마장 현장에서 모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기사의 머리글은 이들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고통으로 써내려간 유서들이다. 모두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기수 또는 마필관리사로 재직했다.

극단 선택을 한 이들의 공통점은 타의에 의해 일터에서 밀려날 위기 상황이었다는 안타까움이다. 관련 법상 조교사와 개인계약을 맺아야 하는 기수는 특수고용 노동자이고, 조교사와 고용계약을 맺은 마필관리사는 간접고용 노동자 신분이다. 조교사는 말 소유주와 계약하며 마사회는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지만 조교사가 기수와 마필관리사를 상대로 맺는 계약관계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는다.

이로 인해 기수와 마필관리사는 갑질을 당하고 불합리한 일에 내몰려도 항의할 제도적인 안전망이 없다. 이들 모두 열악한 노동환경과 갑질을 호소하며 생을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부산경남경마 기수협회 소속 문중원 기수가 한국 마사회의 내부비리를 고발하며 7번째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이 발생했다. 유가족은 경기 과천시 한국마사회 정문 앞에서 마사회장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장례를 미룬 유가족은 지난 12월27일부터 문 기수의 운구차를 대기시켜 놓고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호소하고있다.

마사회와 관계당국은 이들의 호소에 귀를 닫았다. 보다 못한 노동계에서는 마사회와 정부를 규탄하는 조직적인 대응투쟁을 하기로 결의했다. 10일 오전 11시 민주노총은 서울시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정부와 마사회는 문중원 기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공공기관 적폐청산 민주노총 대책위원회(문중원 열사 민주노총 대책위)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구성되는 '열사 대책위'는 2013년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대책위'이후 7년 만이다.

민주노총은 "마사회는 고용과 임금을 책임지지 않으려고 조교사에게 종속된 상태로 기수들을 특수고용하고 있다"며 "정부는 마사회를 공기업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노동환경에 대해) 국가 차원의 감시와 통제는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2017년 박경근, 이현준 열사 투쟁에서도 더 이상 죽음을 막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 고용구조 개선책과 말관리사 단체협약 체결을 도출했으나 본질적인 경마제도 개선 대책을 만들지 못했다"며 마사회의 책임이 실종됐다고 규탄했다.

또 "마사회에서 연이은 극단선택이 발생하는 비극은 반드시 교정되어야 한다"며 "대책을 세우지 않고 문 기수의 죽음을 외면하는 농림수산부와 청와대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중원 대책위 위원장을 맡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유독 그곳(부산경마공원)에서만 업무와 관련된 7명의 노동자가 죽은 이유가 극단적 경쟁에 내몰리고,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살아도 살지 못하는 그런 환경이 만들어낸 부조리"라며 "노동자들이 열악한 처지에 내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문중원 가장이 죽은 이유가 무엇인지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해 분명히 진상규명을 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 문 기수의 부인 오은주씨는 "제 남편의 죽음이 마지막이어야 할 것"이라며 "저희의 외침이 정부의 제일 높은 곳까지 닿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족과 공공운수노조는 이번에도 기수와 말관리사에 대한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Δ고인 죽음 진상규명 Δ갑질 행위자 처벌 및 적극적인 제도 개선 Δ마사회의 공식적 사과 Δ자녀 등 유가족 위로 보상을 요구했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제도적으로도 Δ기수와 말관리사에게 무한경쟁을 시키는 경쟁성 상금의 비율축소 Δ표준기승계약서 작성 Δ부당지시 조교사 처벌조항 마련을 촉구했다.

문중원 대책위는 Δ매주 토요일 낮 12시 전국 경마공원앞과 마사회 장외발매소 앞 기자회견·1인시위 개최 Δ13일 추모분향조직과 추모문화제 결합 행사 Δ18일 민주노총 결의대회 Δ정부 및 마사회 교섭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이미 결성된 시민대책위와는 공동으로 운영체계를 구성할 예정이다.

다음은 민주노총이 공개한 고 문 기수의 유서 중 일부다.

"어떤 말을 타면 다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목숨 걸고 타야만 했고 비가 오든 태풍이 불든, 안개가 가득찬 날에도 말 위에 올라가야만 했다. 20대 때는 몸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만 했었는데 어느 때부터 몸 어디 성한 곳이 없어 잠을 못 이룬 날이 잦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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